Translated by Chae-Pyong Song and Anne Rashid
Sleet by Ki Hyung-do (1960-1989)
Sleet flutters around.
Frozen hands are tucked inside overcoat pockets.
This snow may tramp over streets
that I don’t know
and wander around offices and buildings I have never seen.
A rectangular, document envelope falls on the snow-covered road.
As I stoop down, I think back to when I graduated from college and made many resolutions.
The sleet falls. Don’t be afraid, you capricious feet.
I have read about such a route home in a novel.
Underneath these shoe soles, my recollected memories have often been trampled.
In a dark alley an empty truck stops, with its light on.
Drunken young men fall over. It occurs to me: in my youth,
when the sleet fell, I rode the bus all day long.
Gathering around the old, white wall, people shake off the sleet.
The sleet pours down. Suddenly, tears run. It isn’t because I am unfortunate.
I have finished all the experiences one would experience in life. Sleet.
진눈깨비/기형도
때마침 진눈깨비 흩날린다
코트 주머니 속에는 딱딱한 손이 들어 있다
저 눈발은 내가 모르는 거리를 저벅거리며
여태껏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
사내들과 건물들 사이를 헤맬 것이다
눈길 위로 사각의 서류 봉투가 떨어진다, 허리를 나는 굽히다말고
생각한다, 대학을 졸업하면서 참 많은 각오를 했었다
내린다 진눈깨비, 놀랄 것 없다, 변덕이 심한 다리여
이런 귀가길은 어떤 소설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
구두 밑창으로 여러 번 불러낸 추억들이 밟히고
어두운 골목길엔 불켜진 빈 트럭이 정거해 있다
취한 사내들이 쓰러진다, 생각난다 진눈깨비 뿌리던 날
하루종일 버스를 탔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
낡고 흰 담벼락 근처에 모여 사람들이 눈을 턴다
진눈깨비 쏟아진다,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, 나는 불행하다
이런 것이 아니었다, 나는 일생 몫의 경험을 다했다, 진눈깨비
출처: 시집 『입속의 검은 잎』(문학과지성사, 1994년)
기형도는 1960년 인천에서 태어나 1989년에 작고했다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중앙일보 기자를 역임했다. 윤동주 문학상을 받았으며 시집에 『입속의 검은 잎』이 있다.